한반도는 북쪽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고, 남쪽으로는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일본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지리적 위치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반도가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외부 강대국의 침략을 자주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관점은 수백 년 동안의 강대국 경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거시적 관점이 부족하다. 16세기 이전, 한반도의 정권은 중국 왕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선사시대의 기자조선부터 시작하여 삼국 시대의 후속 정권까지 모두 중국의 '대륙 세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반도 사람들은 대륙을 해양보다 더 중시했다. 사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바다를 건너 한반도를 공격하고 중국을 정복하려는 야망을 품었으며, 6년간 지속된 '임진왜란'은 해양 세력의 부상을 알렸다. '해양'과 '대륙'은 마침내 한반도에서 교차하며 충돌이 지속적으로 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위협했다. 17세기 이후, 서양의 원양 무역 선박이 동아시아에 퍼져나갔고, 대만, 중국, 일본은 모두 세계 교류 체계에 포함되었다. 특히 일본은 에도 막부가 쇄국 정책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가 주재하는 나가사키 항구를 특별히 개방했다. 네덜란드를 통해 일본은 현대 과학을 바탕으로 한 '란학'을 점차 형성하였고, 일본의 개국, 대정봉환, 메이지 유신 등의 과정을 거치며 근대 강국으로 탈바꿈하였다. 이와 동시에 태평양 연안에 도달한 러시아 제국도 일본과의 경쟁을 원했다. 전통적으로 '대륙'을 대표하는 중국은 각 강대국과 경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국민과 정권은 이러한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거의 서양 국가들과의 교류를 차단한 채 동아시아 해역을 떠도는 유랑민들만이 전혀 다른 해양 세계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해양 세력은 전례 없는 생명력을 발휘하며 바타비아, 싱가포르, 마카오, 홍콩, 대만 등 항구 도시들이 번영했지만, 한반도는 강대국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점차 주도권을 잃어갔다. 자신만만한 '해양 제국'과 이에 저항하는 '대륙 제국' 사이에서 한반도는 결국 일본에 병합될 수밖에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는 여전히 해양과 대륙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신흥 해양 세력인 미국과 재기하는 대륙 세력인 소련이 서로 공방을 벌이며 1950년 한국 전쟁과 남북한 분단을 초래했다. 역사 앞에서 한반도 국민들은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며, 해양과 육지 사이에 끼인 이 반도가 본래 충돌의 교차점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역사관에 대해 저자는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역사를 통해 한반도와 각국 강대국 간의 상호작용 과정을 다시 살펴보며, 우리는 해양과 대륙 요충지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자립과 번영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김시덕 Bücher
